나의 지나간 여행들을 돌이켜보면, 이름난 랜드마크나 유명하다는 식당보다 아무것도 없는, 단지 현지인이 생활하는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많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모양새가 그렇게 궁금하고, 슬쩍 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들여다보지 않고 눈길만 둬도 사람들이 불쾌해할 수 있는 외모이기 때문에 적당히 선을 지켜야 하는 것도 항상 고민이다.
긴 연휴를 맞았던 설에, 동거인과 기분 좋은 식사와 디저트를 하고 그냥 귀가하는 것이 아쉬워 집에서 기다릴 야옹이들을 뒤로한 채 근처 시골 골목을 운전하여 들어갔다.
설 연휴라 차량 통행도 적고, 타지에서 고향으로 온 차들이나 간간이 보이는 것이, 덕분에 이리저리 고개 돌리며 골목을 도는 일은 아주 즐겁다. 그렇게 3-40분 여가 지났을까 석탄리에서 눈에 익은 큰 건물이 보였다. 아니, 이곳은!
여러 해 전에 지역 영화제에서 야외상영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던 곳이다. 큰 스크린을 펼쳐 차 한 잔 하면서 쥬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matore)의 <베스트 오퍼>(the best offer)를 봤던 기억이 스쳤다. 미술과 음악, 스토리와 연기 모든 부분이 완벽한 걸작이 이 밤하늘 아름다운 곳에 상영되는 것이 개인적인 경험으로 '황홀한 순간들' 목록에 포함될 정도다.
그런 생각에, 반가운 마음에 다급히 주차하고 들어갔다. 내부에 주방이 있는지, 그 주방에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시끌벅적한 탓에 동거인과 나는 방해 없이 둘러볼 수 있었다.
사진이 흔들렸다. 미안하다.
사진이 또 흔들려 미안하다. "선반 위에 씻거나 불리지 마세요!!"라며 말하는 강아지는 이 건물의 입구에 묶여 있었다. 아까 들어오는 길에 저 강아지가 나를 부동의 자세로 쳐다보길래 "정말 강아지처럼 생긴 동상이 있다"라고 동거인에게 이야기하며 들어갔다가, 그 강아지가 갑자기 짖는 바람에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사진이 흔들려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는 무슨 차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논두렁과 밭두렁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조금 뒤에 직원분이 나오시더니 카페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공간이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이라며, 카페 이용이 불가하고 포장하여 나가시는 것은 괜찮다고 안내받았다.
그래서 논두렁과 밭두렁을 주문하니 음료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하신다. 또 다른 메뉴를 주문하지만 안된다는 반복이었다. 너무 바쁜 이유라고 한다. 과거에는 카페로도 운영했지만, 프로그램이 바빠서 카페로서의 운영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예쁘고 넓은 공간을 두고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선물용으로 약과세트만 여러 개 구매하여 나왔다.
읽다보니 나도 관심있는 체험이 있는데, 내게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면 겸사겸사 데리고 체험하고 싶다. 음료를 못 마신 건 아쉽지만,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 구경하고 나간다.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아쉬움이 있는 곳이다. 불가피하게 카페로서의 기능은 하지 못하지만, 체험이나 갖가지 곡식을 필요로 한다면 꼭 가볼만하다. 나는 종종 선물세트를 구매하러 들를 수도 있겠다.
- 농업회사법인 제일영농 벼꽃농부 -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마곡로 239 (석탄리 712-1)
운영시간 ( https://naver.me/5EUBPN7M )
매일 10:00~18:00
상시체험과 단체체험(예약)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25년 1월 말 기준 카페 이용이 불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