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할 식

왕십리역 외근길에 내 취향 백반집을 만났다? 행당시장의 만나식당.(왕십리/백반/제육)

gaek 2025. 3. 17. 18:11

직업 특성에 서울경기 수도권 외근을 홍길동처럼 재빠르게 다녀와야 하는 임무가 있다.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지만, 점심시간 내에 복귀하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외식을 재빠르게 해야 한다. 그 또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그리하여 오늘도 계획에 없는 외식을 해야 한다. 있는 자리에서 눈을 빠르게 굴려 바로 들어갈 만한 식당을 찾는 것도 업무의 하나다.

며칠 만에 또 성동구로 외근을 왔다. 왕십리역 11번 출구 도처에 있는 임무처에서 얼른 임무를 완수하고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오! 라임이 무브먼트 시절 같다.)

 

 

 

  • 만나식당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21길 20 (행당동 298-83)

찾았다. 그 이름 만나 식당.

가정식 백반 전문점이다. 가정식 백반 하면 희극인 이용진 씨가 가정집에 가서 가정집 백반 두 개 주쇼,-했던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생각한다. 나는 가정식 백반 하나 주쇼.

아 이게 아니지. 행당시장 도처에 자리 잡은 이 "만나식당"은 1983년부터 유래하다는 문구가 간판에 적혀 있다. Since 1983. 그러면 2025년인 올해가 햇수로 43년이다. 일단 내 나이보다 많다. 주어진 시간이 짧으니 어서 들어간다.

 

 

두리번거리다가 출입문 앞에 앉았다.

비어 있는 자리가 없어서 여기 앉아도 되냐 여쭙고 허락을 받아 앉았다.

 

만나식당의 메뉴판이다. 메뉴의 가격을 보고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거의 모든 테이블이 가득 찼으니, 테이블 회전을 위해 얼른 주문부터 해야 하는 분위기다. 눈을 빠르게 굴려 오래 고민하지 못하고 제육덮밥을 주문했다. 과연 탁월한 주문이었을까.

메뉴 선택을 하고 부대찌개를 선택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았다. 1인분 부대찌개를 판매하는 곳은 오래도록 보존해야 하는 곳이다. 제육덮밥이 탁월한 주문이길 바란다.

 

주문을 했으니 주변을 둘러본다.

좌측에 술장고가 있다. 일만 아니었으면 바로 소주를 주문했을 것이다. 내 처량한 신세를 원망한다.

우측에는 주방(조리실)이다. 작은 나무 문으로 막혀 있는데, 그 사이에서 나이 지긋하신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앉은 자리의 왼쪽에는 TV, 정수기가 있다.

자리에 앉으면 사장님이 저 정수기에서 컵에 물을 떠 주신다.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밑반찬을 먼저 내어 주셨다.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에 곧이어 주문한 메뉴 제육덮밥이 나왔다.
일단, 기본 6개 반찬을 보자. 좌측부터 채짠지(채김치), 취나물스럽지만 뭔지 모르는 나물 무침, 우무 냉채, 배추김치, 어떤 해조류로 요리한 젓갈, 콩나물무침이다.
그리고 메인 메뉴인 제육덮밥이다.

밥만큼이나 큰 달걀 프라이를 밥 위에 얹었다. 사진으로 보아하니 제육볶음의 양이 매우 적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작은 동네 뒷산 같은 모양으로 쌓여 있으니 적어 보인다. 밥과 함께 먹기에 충분한 양이니 안심하라.

흔한 제육보다는 고기가 잘게 잘려 있어 먹기 편하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나의 선택을 아쉬워할 맛도 아니다. 맛있다는 말이다. 고기와 채소의 비율이 잘 어우러져 소스로 균일하게 감쌌다. 이것이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 금세 다른 메뉴도 궁금해진다.

 

제육덮밥과 함께 내어주시는 미역국이다.

아무래도 미역국은 술안주다. 뜨끈한 국물로 목을 축여주는 것이 고마운 키다리 아저씨 같기도 하다.

 

반찬의 사진을 다 찍지 못했다. (좌) 배추김치다. (우) 어떤 해조류로 요리한 젓갈이다.

반찬을 먹어본다.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간이 적당하다. 내가 좋아하는 간이다. 아무래도 제육볶음 같은 메뉴에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채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나물 무침이나 콩나물무침이 반찬으로 있는 것이 큰 행운이다. 배추김치보다는 채김치가 집에 싸 가고 싶을 만큼 맛있다. 맨 밥에 비벼 먹기에도 좋을 것이다. 우무 냉채처럼 새콤한 맛은 입안을 한 번씩 헹궈 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무엇인지 모를 해조류로 만든 젓갈은 한 젓가락 밖에 먹지 못했다. 맛이 강렬하고 간이 세기 때문에 공깃밥을 세 공기는 먹어야 접시를 비울 수 있을 것 같은 짭조름함이다. 개인적으로 짠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이 짧으니 얼른 비워보자. 

 

젓갈을 제외하고 다 비웠다.

식사하는 내내 내 테이블에서 배달 그릇을 세팅하고 정리하신다. 근처 행당시장에서 주문이 많은 것 같다고 짐작한다. 마치 중화요리집처럼 배달도 바쁜 식당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사람들이 나처럼 바쁘다. 위로가 된다. 아! 배부르다. 이 주어진 짧은 시간에 한 끼로 훌륭하다. 메뉴 선택도 옳았다. 다음번에 기회가 있다면 부대찌개를 먹을 것이다.

 

  

그릇을 얼른 정리하고.

식사값 결제를 한다. 8,000원이다. 6개의 반찬에 미역국까지, 그냥 백반도 아닌 제육덮밥을 8,000원에 맛볼 수 있다. 오래도록 보존해야 하는 식당이다. 이제 나가자.

 

 

(좌) 출입문 옆에 원산지가 표기되어 있다. (우) 화장실은 외부에 있다. 남녀 공용이며 비밀번호가 있으니 참고하라.

 


행당시장 만나식당의 풍경이다. 다음에는 부대찌개를 먹겠다.

 

 

  • 만나식당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21길 20 (행당동 298-83)

만나식당 영업 시간 ( https://naver.me/FFGpnfP0 )

월화수목금 07:00~22:00 (라스트 오더 21:20 / 브레이크 타임 15:50~16:30)

09:00~22:00 (라스트 오더 21:20 / 브레이크 타임 15:50~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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