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할 식

털레기가 뭐지? 먹으러 왔다, 1인 식사 가능한 보리울가쭈꾸미와털레기. (김포/털레기/쭈꾸미/돈까스)

gaek 2025. 3. 10. 20:42

동거인이 친친(친한 친구)으로부터 오늘 털레기를 먹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어쩐지 털레기를 먹어야 할 것 같다. 털레기가 뭐지?

서울 근교 수도권을 홍길동 마냥 쏘다니는 직업을 가진 나는, 그렇게 쏘다니면서 식당들의 이름 속 털레기를 이따금씩 보았다. 털레기라, 어감이 거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털레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의 신체나 동식물의 가죽에 붙은 털을 상상한다. 불편하다면 미안하다. 털레기던 터레기(터럭)던 오늘은 그 털레기를 먹어야 할 것 같다. 불편한 상상을 떨치는 시도로 털레기를 검색한다.

털레기란? 온갖 재료를한데 모아 털어 넣는다고 하여 털레기라고 한다. 털털 털어 만든 털레기다. 음식을 싹싹 털어먹어치운다는 이북 말이라는 설도 있다. 네이버 오픈사전을 참고했다. 의미를 찾아도 상상 속 털이 그득한 무언가가 들어가 있는 뚝배기를 떨치기엔 아직 어렵다.

동거인의 친친(친한 친구)이 낮에 다녀갔다는 그 털레기집을 가보자. 그 이름은 "보리울가쭈꾸미와털레기"다.

 

 

  • 보리울가쭈꾸미와털레기 -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대곶남로 711 (구래리 284-1)

 

저녁이 된 시간, 부랴부랴 도착했다. 간판의 털레기 외에는 등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름을 풀어보자면 보리울 家 쭈꾸미와 털레기다. 보리울 가족이라는 뜻인데, 보리울이 몹시 궁금하여 검색을 통해 알아봤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웹사이트를 비롯해 여러 정보를 통하여 유추하면, 강원도(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서면에 위치한 모곡리라는 이름에서 비롯하는데, 이 마을은 독립운동가 한서 남궁억 선생의 선향(先鄕)으로 일제강점기에 교육기관(모곡학교)을 설립하여 1933년 일본인에게 빼앗기기 전까지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데에 공헌하였던 곳으로, 모곡(牟谷)의 뜻이 보리울이다. 보리 모(牟)와 골짜기 곡(谷)을 써서 보릿골이라고도 부른다. 사장님께 따로 식당 이름의 유래를 묻진 않았다.

 

아무튼, 보리울의 뜻을 알아보며 덕분에 역사의식을 고양하며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진다. 감사하다.

 

 

 

 

 

널찍한 내부의 모습이다. 테이블이 많이 있다. 외부에도 테이블이 있어 단체 손님도 수용할 수 있다.
앉은 자리에서 메뉴판을 보자. 모든 메뉴가 1인분이 가능하다. 이런 식당은 보존해야 한다.

동거인과 나는 메뉴판을 보고 흥분하여, 일단 털레기 1인, 쭈꾸미 볶음 1인을 보통 맛으로, 그리고 궁금했던 돈까스까지 주문했다. 과하다 싶었지만 여러분도 이 메뉴판을 보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아! 그리고 소주도.

 

우측을 보니 도토리묵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메뉴를 세 가지나 주문했으니 이건 다음에 시도해 보자.

 

저녁 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도 많이 없어 반찬과 주문한 소주를 바로 내주셨다.

 

메인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창가에 있는 셀프 반찬 코너를 가보자, 내주신 반찬들을 스스로 리필할 수 있다.

 

쭈꾸미가 나왔다. 쭈꾸미 볶음의 밥은 흰쌀밥과 보리밥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당연히 보리밥이다. 동거인과 나는 돌아가는 길에 방귀를 뿡뿡 뀔 다짐을 했다.

 

곧이어 나온 돈까스다. 튀김이 촉촉한 습식 빵가루 같은 식감이다.

이런 빵가루를 사용하니 경양식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겉바속촉의 식감이 짙다. 소주 안주로 제격인 것이다!

 

보리밥에 쭈꾸미와 각종 반찬을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쭈꾸미를 한입씩 먹었더니, 매운맛으로 주문할 것을, 내일 출근한다는 압박에 겁먹은 것이 아쉬웠다. 동거인과 나에게는 모자란 매운맛이다. 하지만 매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충분히 맛있다. 특히 채짠지가 아주 맛있어서 셀프 반찬 코너에서 듬뿍 담아와 마음껏 먹었다.

  

드디어 나온 터레 아, 아니 털레기다. 정말 이것저것 털어 넣은 모습이다.
(좌) 쭈꾸미 비빔밥이 맛있으니 일단 비벼서 한 숟갈씩 입에 털어 넣고. (우) 소주 한 잔에 돈까스도 한 입, 으 바삭하니 기분이 좋다.

 

털레기를 먹어보자. 새우젓과 약간의 콩 된장으로 간을 한 육수에 팽이버섯과 수제비, 그리고 저 푸른 채소들을 털어 넣은 것 같다.(나는 사실 잘 모른다.)
소주 한 잔에 한 술 떴다.

속이 편하다! 첫인상은 속이 편한 음식이다. 흔한 요즘 음식점처럼 간간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이 없다. 나 같은 소주 귀신에게는 건강을 생각해 부족함이 없는 안주가 될 수 있다. 슴슴한데 시원하기까지 한 것이 동거인과 나의 취향에 아주 알맞다.

이 털레기의 맛에 반한 우리는 곳곳의 털레기 간판이 보이면 한 번씩 먹어보자는 다짐을 했다. 털레기라는 음식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소주 한 병을 너무 빨리 비워버린 나는 동동주 반 병(1/2)을 주문했다.

 

 

동동주 한 병 같은 반 병이다.

아 시원하다! 이렇게 목가적인 음식에는 소주뿐만 아니라 동동주도 잘 어울린다. 이쯤에서 도토리묵과 해물파전까지 주문할 수 있다면 나는 오늘 집에 가지 않을 것이다. 배부른 내가 밉다.

 

동동주를 다 비울 때가 되니 식당은 문 닫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넉넉할 줄 알았던 시간이 벌써 끝나다니, 현대인에게 행복이라는 시간이 이렇게나 짧다. 밤은 짧으니 걸어라 나 자신아, 동거인아!

 

 

기분 좋게 구름과자를 먹고 온다. 출입구 옆에서 휴대폰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좌) 밤의 보리울가(-家). (우) 모든 메뉴는 포장하면 1,000원을 할인한다.

 

배가 허용하는 마지막 한 입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짤막한 휴무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해준 털레기, 다음에 또 보기로 하자.

이제 가자. 나가서 방귀를 뿡뿡 뿜으며 집에 가자 청춘아!

 

 


밤의 보리울가(-家) 전경이다.

  • 보리울가쭈꾸미와털레기 -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대곶남로 711 (구래리 284-1)

보리울가 쭈꾸미와 털레기 영업시간 ( https://naver.me/xX7jnxjB )

매일 10:00~21:00 (라스트 오더 20:30 / 브레이크 타임 14:30~15:00)

 * 재료 소진시 부득이하게 임시휴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