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할 식

[김포 하성면] 밥이건 술이건 하염없이 놀고먹고 싶은 정 많은 밥집, 통나무집

gaek 2025. 2. 9. 21:07

얼마 전 외근 중에 급히 점심밥을 먹어야 해 들어간 골목길에서, 이것이 술집인지 밥집인지 모를 외관을 발견했다. 바깥에 걸어 놓은 현수막에는 갖가지 메뉴로 밥장사도 하는 곳 같지만, 운영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모를 수상쩍은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하지만 점심을 얼른 먹어야 차질 없이 또 다른 외근을 나갈 수 있기에 무작정 들어갔다.

어릴 적 고향에서 자주 드나들던 술집보다 더 나를 압도하는 분위기, 온통 통나무다. 이 정도면 술 마시기에 합격이다. 아, 나는 근무 중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처지에 눈물을 숨기고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았다.

 

  • 통나무집 - 경기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로806번길 68 (마곡리 633-35)

 

 

 

역시나 식사보다는 술을 마시는 것이 좋겠다. 소주를 주문하고 즐겁게 마시다 보면 운전을 못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해고를 통보받게 될 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점심 메뉴를 둘러보았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순두부찌개, 동태찌개에 이어 제육볶음에서 결정지었다. 요 며칠 제육볶음에 소주 한잔하는 것이 작디작은 소망이었기에 그다음 메뉴를 볼 수는 없었다.

 

 

제육볶음에 공깃밥 하나를 주문하고 나와 구름과자를 마시며 찍은 외관이다. 이 통나무 밭을 보아라. 메뉴판에는 없지만 육개장도 구미가 당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겨울이다. 어디를 여행하던 운전 때문에 육개장에 소주를 하지 못하는 것이 항상 나를 우울에 빠지게 한다. 언젠가는 차 없이 육개장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 소개를 하려고 찍은 사진들이 아니어서 다소 엉성하다. 후일에 다시 방문한다면 더 예쁘게 찍을 계획이 있다.

 

 

다시 들어와 찍은 내 식사 자리다. 테이블도 통나무고, 창문들은 무언가에 쌓여있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둘러앉으면 최대 6명까지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넉넉히는 4명이 적당해 보인다. 이 자리를 혼자 온 내가 독차지하는 것이 마땅한가 고민했지만, 사장님의 작은 미소 덕분에 안심했다.

 

 

식사를 기다리며 메뉴판 옆에 누군가 그려놓은 캐릭터를 보았다. 도라에몽처럼 생겼는데, 만화를 잘 모르는 나는 저 작품이 도라에몽이 아니라면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없다. 갑자기 생각나 첨언하면, 도라에몽은 원래 노란색인데, 쥐가 귀인지 머리를 갉아먹어서 슬퍼하다가 행복해지는 약을 꺼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약이 울음 약이어서 며칠을 울다가 도금이 벗겨져 파란색이 되었다고 한다. 이토록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내 자리의 반대편, 입구로 들어오면 좌측의 장면이다. 예약주문 해신탕 메뉴를 보니 과거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편에 길과 하하의 퀴즈대결에서 나왔던 문제가 생각나 아련했다. 나는 이 메뉴를 아직 접해보지 않아서, 언젠가 경사가 있는 날에 미리 예약하여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사장님께서 접시를 들고 오셨다. 보기만 해도 정겨운 쟁반 한 상이다. 좋아하는 찬들이 가득해 여러 번 놀랬다. 모든 반찬이 강하지 않고 재료의 맛이 훼손되지 않으며, 고소함도 베여 있다. 사장님의 요리 취향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너무 푸짐하여 혹시나 반찬값을 받으시는 건 아닐지 걱정하기도 했다.

 

 

쓸데없는 걱정하던 중에 가져다주신 내 메뉴, 제육볶음이다. 공깃밥이 그냥 흰쌀밥이 아닌 것만으로 정이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으로 보는것 보다 제육볶음의 양이 많다. 나는 이 한 상이 만천원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지경에 사장님을 붙잡고 무엇이 남소?-하며 묻고 싶었다.

 

 

제육볶음은 김치제육과 유사한 요리며, 채소가 풍부하게 들어갔다는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엄청 매콤하다. 끝에서 오는 이 매콤함에 한겨울에도 땀을 바가지로 흘리는 바람에, 뒤 창틀에 놓인 두루마리 휴지를 반절 정도 썼을 것이다.

 

 

외근 중에 급히 한 점심 식사이고,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신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정갈한 밥상을 남길 수 없다. 배가 찢어지는 고통을 마다하고, 시계를 쳐다보며 남김없이 몸에 흡수했다. 나는 아직도 이 밥상에 술 한잔할 수 없던 내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사진으로만 봐도 침이 고이는 통나무집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았다. 꼭 우리 집 근처에는 없는 맛집들을 종종 만나는데, 그중 하나다. 차 없이 찾아가기 힘들어 술을 마실 수는 없지만, 힘든 교통편으로라도 언젠가 다시 찾아가고 싶다.

 

잘 먹었으니, 나는 다시 일하러 가보겠다.

 

 


  • 통나무집경기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로806번길 68 (마곡리 633-35)

식당 운영시간 - ( https://naver.me/FCAVONc0 )
매일  11:00~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