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서 기막힌 밥술을 하고 곧장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날이다. 오랜만에 도심지에 나왔으니 어디 커피라도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카페를 찾으려, 영하의 날씨 탓에 잠깐 걷다가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가 몸을 녹이고 다시 나와 걷다가 들어가기가 반복인데 동거인과 나의 마음에 드는 카페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 빌딩에 카페가 여럿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술을 마시고 들어갈 만한 찻집을 볼 수 없는 현실인데, 오늘은 긴 연휴 탓에 밥술도 일찍이어서 카페를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과거처럼 술 생활을 한다면 해장으로 카페를 간다는 이 행운은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아침 술이라면 몰라도.
그렇게 빌딩 두어 개를 돌다가 발견한 간판이다. Enobilli.
- 카페 이노빌리 & 크로플 마을 구래점 - 경기도 김포시 김포한강4로 543 117호 (구래동 6879-5)
취기가 많지도 않았는데 이렇다. 사진 실력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동거인과 나는 아인슈페너와 생강차, 시나몬 크로플을 덧붙여 주문했다.
사진이 하나같이 다 왜 이러는지, 이 정도면 카메라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
아, 나는 동거인과 다르게 크로플을 먹어본 경험이 두어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잘 모르니 크로플의 의미를 검색했다.
크루아상의 반죽을 와플기에 눌러 만든 디저트다. 크루아상(croissant)과 와플(waffle)을 합친 혼성어로 탄생했다. croffle.
이는 팬데믹 시기에 외식문화가 줄어들어 가정에서 직접 조리해 먹은 것을 시작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어느 카페를 가던 메뉴판에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나는 카페를 갈 때면 9할은 블랙커피를 마시는데, 이날따라 이런 일탈적인 맛이 먹고 싶었다. 적당히 즐겁게 술도 마신 터라 달달한 것이 당겼나 보다.
크루아상을 눌러 만드는 디저트이다 보니, 자칫하면 겉면은 바삭해도 뭉친 식감이 될 위험이 있는 반면에(그래도 맛있지만), 카페 이노빌리의 크로플은 크루아상의 겹이 겹겹이 일정하게 쌓여 부드럽게 바삭하다. 바삭하기만 할까, 얇게 쌓인 그 바삭함이 모여 촉촉한 식감이 눈을 벙 뜨게 한다. 동거인과 나는 연신 감탄했다. 동거인은 먹어본 크로플 중에 최고로 맛있다고 한다.
크로플 맛에 감동한 동거인의 기분이 최고조에 달하더니, 내향인인데도 불구하고 사장님께 말을 걸기 시작했다. 먹어본 크로플 중 제일 맛있다며 신나가지고. 물론 나도 거들었다.
그리고 카페의 이름인 이노빌리(Enobilli)가 너무 궁금하여 여쭸는데,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사셨다고 하시면서 덧붙인 말이 있는데,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기억으로만 남기겠다.
즐겁게 먹고 마시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간다. 머지않아 편안한 시간 보내려 다시 올 것이다. 그때는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겠지.
- 카페 이노빌리 & 크로플 마을 구래점 - 경기도 김포시 김포한강4로 543 117호 (구래동 6879-5)
카페 이노빌리 영업시간 - ( https://naver.me/5oEMigKF )
금토 11:00~23:00 (라스트 오더 22:30)
일수목 11:00~22:00 (라스트 오더 21:30)
월화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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